레퀴엠은 ‘죽은 이를 위한 미사곡’이라는 뜻이며 흔히들 진혼곡, 또는 진혼 미사곡과 같은 이름으로 부릅니다. 레퀴엠은 가사의 첫머리가 라틴어 requiem, 즉 '안식'이라는 말로 시작한다고 해서 이렇게 부르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르네상스 시대에는 모든 레퀴엠이 기악반주가 없는 아카펠라 형식의 순수 성악곡이었습니다. 그러나 바로크 시대로 넘어가면서 점차 악기의 반주가 붙은 레퀴엠들이 활발하게 작곡되었습니다. 레퀴엠은 점차 종교적 의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독립된 음악의 성격을 띠게 되었고, 오늘 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곡가들이 레퀴엠을 만들어왔습니다.
유명한 레퀴엠으로는 베르디, 베를리오즈, 모차르트, 포레의 레퀴엠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가장 좋아하기에 오늘 이에 관한 포스트를 써보려고 합니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영화 ‘아마데우스’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영화에선 모차르트를 시기한 살리에르의 음모로 모차르트가 레퀴엠을 만들게 된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하지만 이는 사실과는 다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레퀴엠은 폰 발제그-스투파흐 백작의 의뢰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 백작은 스스로의 예술적 재능을 뽐내고 싶어 하는 성격이었고, 죽은 그의 어린 부인을 위한 ‘레퀴엠’을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하려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대리 작곡가로서 모차르트를 택한 것이죠. 백작은모차르트에게 작곡료를 충분히 주겠으니 의뢰인이 누군가를 알려고 하지 말라는 단서를 달았다고 합니다. 당시 돈이 궁했던 모차르트는 어찌됐건 그 의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곡을 쓰는 도중 모차르트는 죽고 그의 작품은 미완성으로 남게 됩니다. 여담이지만 모차르트는 장티푸스에 걸려서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폭풍 설사를 하는 모차르트의 말년이 짠하게 생각되기도 하지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러면 과연 우리가 듣는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미완성 작품일까요? 그렇다고 볼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모차르트는 곡을 위탁받을 때 계약금의 절반을 미리 받아놨다고 합니다. 완성시키지 못하면 받은 계약금을 되돌려줘야 하게 되어 있어서 그의 부인 콘스탄체는 매우 급박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우선 모차르트의 제자 이블러에게 보필을 의뢰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레퀴엠의 일부를 조금 손댄 뒤 그만두었습니다. 다급해진 콘스탄체는 모차르트의 또 다른 제자인 쥐스마이어를 찾아가 곡의 완성을 의뢰했습니다. 그는 Sequentia와 Offertorium의 오케스트레이션을 완성했으며, 이어지는 Sanctus, Benedictus, Agnus Dei는 순수하게 쥐스마이어에 의해 작곡됐다고 합니다. 따라서 쥐스마이어의 공적도 충분히 인정을 받아야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오케스트레이션에 대해 후에 많은 비판이 따랐고, 그 결과 현대 작곡가들에 의해 다양한 보완 작업이 이루어져서 지금은 여러 가지 판본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런 많은 사연에도 불구하고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레퀴엠 역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동시에 가장 자주 연주되고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곡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심지어 나폴레옹 1세의 유해가 세인트 헬레나 섬으로부터 운구 되어 왔을 때 연주된 곡도 바로 모차르트의 레퀴엠이었습니다.
<Karl Boehm>
(독일어에서는 직접 글자 위에 두 점을 찍어 움라우트를 표현하기도 하지만 대신 뒤에 'e'를 붙여서 나타내기도 합니다)
저는 칼 뵘이 지휘하고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빈 국립 오페라 합창단이 함께한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가장 좋아하는데, 여러분도 여러 지휘자가 연주한 레퀴엠을 들어보시고 마음에 드는 버젼을 하나 쯤은 가지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전에 친구에게 보내주기 위해 만든 자료도 밑에 첨부합니다. 모차르트 레퀴엠의 순서 및 각 파트의 가사가 적혀있습니다. 가사 번역은http://to.goclassic.co.kr/file/100에서 가져온 자료를 바탕으로 아주 약간의 수정 및 편집만을 한 것입니다. 레퀴엠을 들으실 때는 가사를 꼭 음미하시길 부탁드리면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순서 및 가사를 보시려면 아래 펼치기 버튼을 누르세요
순서
1. Introitus - Kyrie
2. Sequentia - Dies Irae
3. Sequentia - Tuba Mirum
4. Sequentia - Rex Tremendae
5. Sequentia – Recordare
6. Sequentia – Confutatis
7. Sequentia – Lacrimosa
8. Offertorium – Domine Jesu Christe
9. Offertorium – Domine Hostias
10. Offertorium –Sanctus
11. Offertorium –Benedictus
12. Communio - Agnus Dei, Lux Aeterna
I. Introitus
Requiem aeternam dona eis, Domine,
et lux perpetua luceat eis.
Te decet hymnus, Deus in Sion,
et tibi reddetur votum in Jerusalem;
exaudi orationem meam, ad te omnis caro veniet.
Requiem aeternam dona eis, Domine,
et lux perpetua luceat eis.
영원한 안식을 저들에게 주소서, 주님,
끝없는 빛을 저들에게 비추소서.
당신은 찬미받아 마땅하나이다, 시온의 하느님,
당신께 [드린] 서원 예루살렘에서 지켜지리이다.
나의 기도를 들으소서, 당신께로 모든 육체가 나아가리이다.
영원한 안식을 저들에게 주소서, 주님,
끝없는 빛을 저들에게 비추소서.
Kyrie eleison,
Christe eleison,
Kyrie eleison.
주님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스도님 불쌍히 여기소서,
주님 불쌍히 여기소서.
II. Sequentia
Dies irae, dies illa
solvet saeclum in favilla,
teste David cum Sibylla.
Quantus tremor est futurus,
quando judex est venturus,
cuncta stricte discussurus.
진노의 날, 그 날
[인간]세대를 티끌로 바수어 버리리라,
시뷜라와 함께 하던 증인 다윗[의 증언]에 따라.
얼마나 큰 두려움이 있으리오,
심판자가 임재하시어
만물이 산산히 부숴질 때.
Tuba mirum spargens sonum
per sepulchra regionum,
coget omnes ante thronum.
Mors stupebit et natura,
cum resurget creatura,
judicanti responsura.
Liber scriptus proferetur,
in quo totum continetur,
unde mundus judicetur.
Judex ergo cum sedebit,
quidquid latet apparebit,
nil inultum remanebit.
Quid sum miser tunc dicturus?
Quem patronum rogaturus,
cum vix justus sit securus?
기적의 나팔소리
[세상]끝 묘지들까지 울려퍼져
만인을 왕좌 앞으로 모으리라.
죽음과 자연이 놀라워하리라,
피조물이 부활하여
심판자에게 변명을 하리니.
기록한 책 펼쳐지리라,
그 안에 모든 것이 담겨 있어
이윽고 세상이 심판을 받으리라.
하여 심판자 좌정하시리니
숨겨진 일들이 드러나리라,
[지은 죄] 남김없이 벌을 받으리라.
무엇을 가련한 나 그때 말하리오?
어느 변호자에게 나 도움을 청하리오?
자칫 의인마저 무사하지 못하리니.
Rex tremendae majestatis,
qui salvandos salvas gratis,
salva me, fons pietatis.
두렵기만 한 위엄의 왕이시여,
당신은 구원받아야 할 자들을 은총으로 구원하시는 분이시니,
나를 구원하소서, 자비의 샘이시여.
Recordare Jesu pie,
quod sum causa tuae viae,
ne me perdas illa die.
Quaerens me sedisti lassus,
redemisti crucem passus;
tantus labor non sit cassus.
Juste judex ultionis,
donum fac remissionis
ante diem rationis.
Ingemisco tanquam reus,
culpa rubet vultus meus;
supplicanti parce, Deus.
Qui Mariam absolvisti,
et latronem exaudisti,
mihi quoque spem dedisti.
Preces meae non sunt dignae,
sed tu, bonus, fac benigne,
ne perenni cremer igne.
Inter oves locum praesta,
et ab haedis me sequestra,
statuens in parte dextra.
기억하소서 자비로우신 예수여,
당신의 [인간]삶으로 하여 나 존재하고 있음을,
그 날에 나를 멸하지 마소서.
나를 찾으시느라 당신은 기진하셨나이다,
당신은 십자가에 달리시어 [나를] 대속하셨나이다:
그 모든 수고가 헛되지 않게 하소서.
응분의 벌을 내리시는 정의로운 심판자시여,
죄사함을 선사하여 주소서.
엄밀한 응보(ratio)의 날이 오기 전에
죄인이오니 나 탄식하나이다,
잘못으로 인하여 나의 뺨은 붉어지나이다:
겸손하게 비는 저를 어여삐 여기소서, 하느님.
[막달레나] 마리아를 사면하셨듯이,
강도의 말을 경청하셨듯이,
당신은 나에게도 희망을 주셨나이다.
나의 탄원은 하잘것 없으오나,
당신은 선한 분이시니 자애를 베푸소서,
영겁의 불에 나 불살라지는 일이 없도록.
양 무리 가운데 [나의] 자리를 마련해 주소서,
염소 무리에서 나를 떼어 놓으소서,
[당신의] 오른편에 앉히시어서.
Confutatis maledictis,
flammis acribus addictis,
voca me cum benedictis.
Oro supplex et acclinis,
cor contritum quasi cinis,
gere curam mei finis.
변명의 여지없는 자들 저주받아
쓰거운 불길에 처해질 때
축복받은 자들과 함께 나를 부르소서.
나 겸손히 엎드려 기도하나이다,
마음은 [타버린] 재처럼 바숴졌나이다,
나의 종말을 돌보아 주소서.
Lacrimosa dies illa,
qua resurget ex favilla
judicandus homo reus.
Huic ergo parce, Deus.
Pie Jesu Domine,
dona eis requiem!
Amen!
눈물의 날, 그 날,
티끌로부터 부활하여
죄인은 심판을 받으리라.
하오니 그 사람을 어여삐 여기소서, 하느님.
자비로우신 주 예수여,
저들에게 안식을 주소서!
아멘!
III. Offertorium
Domine Jesu Christe! Rex gloriae!
Libera animas omnium fidelium
defunctorum de poenis inferni et de profundo lacu!
Libera eas de ore leonis,
ne absorbeat eas tartarus,
ne cadant in obscurum:
sed signifer sanctus Michael repraesentet eas in lucem sanctam,
quam olim Abrahae promisisti, et semini ejus.
주 예수 그리스도여! 영광의 왕이여!
구원하소서, 모든 죽은 신실한 영혼들을
저세상의 고통으로부터, 저 심연의 곳으로부터!
구원하소서, 사자의 아귀에서.
지옥이 저들을 삼키지 못하게 하소서,
어둠 속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인도자 성 미카엘로 하여 저들을 거룩한 빛 속으로 이끌게 하소서.
그 옛날 아브라함과 그의 자손에게 약속하셨던 [그 빛 속으로.]
Hostias et preces tibi, Domine, laudis offerimus.
Tu suscipe pro animabus illis, quarum hodie memoriam facimus:
fac eas, Domine, de morte transire ad vitam.
quam olim Abrahae promisisti, et semini ejus.
희생제물과 탄원을 당신께 [바치나니다], 주님, 찬미를 바치나이다.
받아주소서, 오늘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자들의 영혼을 위하여:
저들을 옮겨주소서, 주님, 죽음에서 생명으로.
그 옛날 아브라함과 그의 자손에게 약속하셨던 [생명으로.]
Sanctus, sanctus, sanctus Dominus Deus Sabaoth!
Pleni sunt coeli et terra gloria tua.
Hosanna in excelsis.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만군의 주 하느님!
하늘과 땅 위에 당신의 영광 가득하도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 호산나.
Benedictus, qui venit in nomine Domini.
Hosanna in excelsis.
복되어라,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지극히 높은 곳에서 호산나.
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 dona eis requiem.
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 dona eis requiem sempiternam.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지고 가시는 분, 저들에게 안식을 주소서.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지고 가시는 분, 저들에게 늘 안식을 주소서.
IV. Communio
Lux aeternam luceat eis, Domine,
cum sanctis tuis in aeternum, quia pius es.
Requiem aeternam dona eis, Domine,
et lux perpetua luceat eis,
cum sanctis tuis in aeternam: quia pius es.
영원한 빛을 저들에게 비추소서, 주님,
당신의 성인들과 함께 영원토록, 당신은 자비로우시니.
영원한 안식을 저들에게 주소서, 주님,
끝없는 빛을 저들에게 비추소서,
당신의 성인들과 함께 영원토록, 당신은 자비로우시니.
도움이 되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사실 저도 이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블로그를 직접 운영해보니 추천이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