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생활/영화 & 드라마 12

돈의 힘(The Ascent of Money)

영국 Channel 4에서 방영됐던 다큐멘터리다. KBS에서 번역해서 '돈의 힘'이라는 제목으로 방송한 적이 있다고 한다. 주의할 점은 번역이 꽤나 엉터리라는 것이다. 가급적 영어 버전으로 보는 것이 좋다. 아주 어려운 편은 아니어서 영어에 약한 사람이라도 영어 자막을 이용하고 영어사전을 참고하면 비록 느릴지언정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유동성 과잉 공급에 의한 자산 시장 버블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1990년 6월부터 1995년 2월까지 기준금리를 한 차례 올린 결과 엄청난 유동성이 확보됐죠" => 너무 이상한 말이다. 기준금리를 올렸으면 유동성은 줄어드는 거 아닌가? 그래서 하는 수없이 시간을 들여 영어 원문 동영상을 찾아봤다. "By raising interest r..

퀸시 존스의 음악과 삶

다큐멘터리를 보는동안 Hans Rosling의 'Factfulness'가 계속 떠올랐다. "Beyond living memory, for some reason we avoid reminding ourselves and our childeren about the miseries and brutalities of the past." - Factfulness p.66 과거 겪었던 사회적 고난이나 폭력을 그저 묻어두고 피하기만 한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우리가 보고 싶은대로만 보게 된다. 있는 그대로 볼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사회가 더 나빠지기만 한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과거를 있는 그대로, 미화하지 않고 바라봐야 한다. 그런 면에서, 시카고 빈민가에서 보냈던 불행한 어린 ..

공각기동대

예전에는 블레이드 러너의 짭퉁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던 영화.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런 평가를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무식하면 용감하다. 스스로가 용감해 보이면 자신이 무식한 건 아닌지 한 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AI(기계)라면 무엇보다도 산술적, 계산적 '효율성'(fragile)을 추구할 것이라는 상식을 깨고, 인형사는 'anti-fragility'를 얻기 위해 진화하려 몸부림 친다. 종의 존속에 있어 특발성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 확률 상 생존의 가능성을 높이려는 철저한 수학적 판단에 따른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컴퓨터가 아니라 AI였기에 가능한 판단이었던 것 같다.

모아나

사실 “모아나”는 “겨울왕국”보다는 실망스러웠다. 진부한 소재가 많았고 캐릭터나 시퀀스에 있어서 “겨울왕국”만큼 임팩트가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집에 와서 가만히 누워있으니 드넓은 바다를 가르고 다니는 폴리네시아 인들의 진취적인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디즈니는 폴리네시아 문명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바다와 항해”를 정말로 멋지게 표현해내는 데 성공했다. 총균쇠 1장에는 대양을 누비던 폴리네시아인들에 대한 고찰이 적혀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다시 읽어보니 “모아나”에 나온 요소 하나 하나가 폴리네시아 인들의 실제 삶을 꽤나 잘 반영했다는 점이다. 폴리네시아인들이 기른 주요 가축은 “돼지(푸아), 닭(헤이헤이), 그리고 개” 이렇게 세 종류였으며, 하와이나 뉴질랜드 같은 큰 섬이 아닌 "모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