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생활/책

블랙스완 - 나심 탈렙

JNKIM 2021. 8. 11. 18:07

나심 탈렙은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한국에서 활동했으면 사회적으로 매장당했을 확률이 90% 이상인 사람이다.(요즘도 트위터에서 f가 들어간 욕설을 마구 날리시는 중)

그의 대표작인 블랙스완이 책꽂이에 꽂혀있어서 꺼내봤는데 표지가 새삼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보여서 빵 터졌다. 내용은 엄청난 독설로 꽉 차있다.

"언젠가 대서양 횡단 비행기를 탔을 때 항공사 측의 배려로 일등석에 앉게 되었다. 옆 좌석에는 값비싼 옷차림에 금과 보석 장신구를 잔뜩 걸친 꽤 지체 높아 보이는 여성이 앉았다.그녀는 스튜어디스에게 물은 에비앙 생수로만 달라면서 연신 (저칼로리 제품으로 보이는) 땅콩을 입에 넣으며 유럽판 <월스트리트저널>을 읽고 있었다. 그녀는 여러 차례 서툰 프랑스어로 내게 말을 걸어 보려고 애썼는데, 아마도 내가 사회철학자 부르디외의 (프랑스어로 쓰인) 저작을 읽고 있었기 때문인 듯했다.묘하게도 그것은 사회적 구별 짓기의 표지를 다룬 책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영어로) 내 직업은 리무진 기사라고 넌지시 알려주면서 이래 뵈도 '최고급' 차만 운전한다고 짐짓 으스댔다. 그 때부터 비행기에서 내릴 때까지 차가운 침묵이 계속되었다.약간의 긴장감을 느끼긴 했지만, 덕분에 나는 조용히 책 읽기에 전념할 수 있었다."

"'헛똑똑이'란 비실비실 멋대가리 없고 얼굴이 누렇게 뜬 안경잡이가 무슨 대단한 무기인 듯 허리에 휴대용 컴퓨터를 차고 다니는 꼴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헛똑똑이'란 지나치게 틀에 잡혀 생각하는 사람을 뜻한다."

" 어떤 사상이 아니라 그것을 말한 지성인을 향한 인신공격은 오히려 나쁘지 않다. 상대가 내가 말하는 내용을 반박할 만한 논리를 갖추지 못했음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눈물 찔끔나는 결론. 영화 '소울'에 필적하는 감동.



요즘 들어 '바벨 전략'(나심 탈렙은 안티프래질에서 주로 다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꽤 있는데, 바벨 전략의 정확한 뜻을 모르고 오용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최근 한 방송에서는 게스트가 "반도체와 배터리, 이 두 가지를 같이 가져가는 바벨 전략을..."란 말을 해서 화들짝 놀라서 팟캐스트를 꺼버리기도 했다.


왼쪽 문장을 읽으면서 바로 떠오른 책. 신묘하게도 서평에 나심 탈렙의 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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