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보니, 이 블로그에 정작 제 전공과 관련된 글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휴가도 맞이한 겸 블로그에 글을 하나 써보려던 참이었는데 안과와 관련된 글을 써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안과에서 가장 많이 하는 수술 중 하나인 백내장 수술에 대해 간단히 적어보겠습니다.
<By Artwork by Holly Fischer - http://open.umich.edu/education/med/resources/second-look-series/materials - Eye Slide 3, CC BY 3.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24367145>
우리 눈은 카메라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렌즈와 필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렌즈를 통과한 빛이 필름에 정확히 맺히면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듯이, 수정체(=lens)를 통과한 빛이 망막(=retina)에 정확히 맺히면 선명하게 사물을 볼 수 있습니다.
백내장은 수정체(렌즈)가 노화나 자외선의 영향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혼탁해지는 병입니다. 카메라도 렌즈가 뿌얘지고 더러워지면 사진이 흐리게 찍히듯 우리 눈도 수정체(렌즈)가 혼탁해지면 사물을 또렷하게 볼 수 없게 됩니다.
백내장 수술은 원래 있던 뿌얘진 수정체를 완전히 없애버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인공 렌즈(주로 플라스틱으로 만듭니다.)를 넣어주는 수술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qwyoXBwFSI
원래 우리 눈에는 조절력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건 가까이 있는 물체와 멀리 있는 물체를 모두 잘 볼 수 있도록 수정체(렌즈)가 통통해지기도(볼록해지기도) 하고 홀쭉해지기도(오목해지기도) 하는 것을 말합니다. 노안이라는 건 수정체가 통통해지거나 홀쭉해지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일정한 굴절력만을 가지게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흔히들 노안은 멀리가 잘 보이고 가까이가 안 보이는 것으로, 가까이 볼 때만 돋보기를 쓰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원래 -2디옵터의 근시가 있는 사람은 50cm 떨어져 있는 물체만 선명하게 보이고 그것보다 더 가까이 있거나 멀리 있는 물체는 모두 흐리게 보이게 됩니다. 50cm보다 더 가까운 것을 보려면 돋보기를 껴야 하고, 멀리를 보려면 오목렌즈 안경을 써야 합니다.(그래서 어정쩡한 근시가 있는 사람은 노안이 오면 다초점 안경을 쓰게 됩니다.). 만약 원시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멀리를 볼 때는 약한 돋보기, 가까이를 볼 때는 더 강한 돋보기를 껴야 하는 아주 불편한 상황에 처합니다. 근시,원시와 노안은 완전히 별개의 개념입니다.
백내장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수정체를 없애고 인공 렌즈를 삽입하면 조절력을 잃게 됩니다. 즉 노안이 오게 됩니다. 물론 다초점렌즈를 넣으면 가까이와 멀리가 동시에 어느 정도 보이지만 이건 완전히 다른 원리를 이용하여 가까이와 멀리를 동시에 보이게 하는 것입니다.(diffraction) 원래 우리의 눈처럼 가까이랑 멀리를 안경 없이 선명하게 잘 볼 수 있게 하는 기술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습니다.
백내장 수술을 받으실 분이라면 최소 이 정도 내용은 아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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