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바이러스성 간염 (Viral Hepatitis)

JNKIM 2013. 10. 30. 00:30


 블로그에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아직 나뭇잎의 색깔에선 초록색이 듬성듬성 보이지만 날씨는 하루가 다르게 스산해지고 태양빛도 약해져가는 걸 보니 가을도 저물어가는 듯합니다.


 오늘은 간염, 그 중에서도 바이러스성 간염에 대해 쉽고 간단하게 적어보고자 합니다.



 바이러스 간염은 매우 흔하며 따라서 많은 분들께서도 이 이름은 여러 번 들어보셨을 겁니다. 바이러스성 간염의 종류로는, A형 간염, B형 간염, C형 간염, D형 간염, E형 간염이 있으며 가장 흔한 건 역시나 B형 간염과 A형 간염입니다.


 '간' 하면 어떤 게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는 우루사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그 다음으로는 황달이나 피로 정도가 떠오르네요. 황달과 피로는 간염의 대표적 증상 중 하나이죠. 그러면 간염의 이런 증상들은 왜 나타나는 것일까요?


 "당연히 바이러스가 활동을 하면서 몸을 공격해서 그런 거지!"

 흠... 맞다고 볼 수도 있고 틀렸다고 볼 수도 있는 대답입니다. 사실 바이러스 간염의 증상들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랑 바이러스가 '맞장'을 뜨면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어설픈 비유를 하나 들어볼께요. 17세기 유럽에서는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간의 갈등으로 인해 '30년 전쟁'이 발발하게 됩니다.(사실 대표적 가톨릭 국가인 프랑스가 프로테스탄트의 편에 서는 등 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전쟁이었죠.) 이 전쟁의 주 무대는 '독일 땅'이었습니다. 전쟁은 참혹했고 독일의 국토는 폐허가 되었습니다. 전쟁이 끝났을 당시 독일의 인구 수는 전쟁 시작 전에 비해 거의 50%에 가까운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Thirty Years' War, siege and capture of Bautzen by the Elector of Saxony, John George I,(1585-1656> by Matthäus Merian the Elder>


 제가 30년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한 이유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와 '간염 바이러스'를 양측의 군대라고 생각하고 '간'을 독일이라고 생각하면 딱 맞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런 개념을 가지고 간염의 실제 진행과정을 살펴보도록 하죠.


 시작은 잠복기입니다. 이미 감염자의 피에는 바이러스가 룰루랄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몸의 면역 방위군은 아직 모집되지 않는 상태입니다. 즉 항체는 발견되지 않는 상태이죠. 둘 간의 전쟁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니 간염의 증상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다음은 황달전기입니다.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은 상태로 지금까지 바이러스 군단은 세력을 엄청나게 확장한 상태입니다. 최고 전성기라고 볼 수 있죠. 몸 안의 바이러스의 양은 이제 최대치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몸도 방위군을 조금은 모집한 상태입니다. 국지전이 여기저기서 일어납니다. 여기 저기서 서로 딱총이나 대포를 쏘아대니 빌딩도 무너지고 땅도 움푹 파입니다. 즉 간이 손상을 받기 시작합니다. 간수치(AST나 ALT)도 오르기 시작합니다.


 다음은 황달기입니다. 이제 두 군대 사이에서 전면전이 발생합니다. 말 그대로 난리가 납니다. 스커드 미사일이 날아오고 곡사포, 탱크, 폭격기 등 모든 무기가 총동원됩니다. 간은 이제 작살이 납니다.


 마지막으로 회복기입니다. 치열한 전투 끝에 바이러스 군대는 제압당했고, 전쟁은 끝났습니다. 이제 독일 국토 재건사업이 시작됩니다. 즉, 간이 회복이 되기 시작합니다. 간수치도 내려가고 황달(혈중 빌리루빈)도 사라집니다.


 하지만, 가끔씩 바이러스 간염이 만성화되기도 합니다. 바이러스 군대의 군인 중 살아남은 일부가 몰래 숨어서 재기를 노리고 있는 것입니다. 만성화가 되어버리면, 몸의 방위군이 조금만 허술해져도 바로 숨어있던 바이러스 군인들이 공격을 재개합니다.



 전공자들이 보기에는 정말 간단하게 쓴 것이겠지만, 간염에 대해 생소하신 분들께는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바이러스 간염에 대해 이렇게 적어보았습니다. 바이러스 간염의 치료도 상당 수 위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자면, 바이러스 군인이 꽁꽁 숨어있을 때는 약을 퍼부어도 크게 효과가 없습니다. 반면에 바이러스 군대와 몸 방위군이 전면전을 할 때 지원 물자인 약제를 마구마구 퍼부어주면 바이러스 군대가 전멸할 수도 있습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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