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생활/책

부활

JNKIM 2012. 3. 13. 11:35

 승강장에는 훌륭한 마차들이 멈춰섰다. 훌륭하게 장식된 홀에는 비단과 비로드, 레이스 등으로 단장을 하고 가발을 쓰고 허리를 코르셋으로 꽉 졸라맨 부인들이 앉아 있었다. 그녀들 사이에 군인과 문관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들 사이에 군인과 문관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평민들도 다섯 명 섞여 있었는데 그들은 저택의 두 문지기와 장사치, 하인, 그리고 마부였다.

 거구의 키제베테르는 영어로 설교했다. 그 옆에는 코안경을 낀 젊은 처녀가 이를 유창하게 통역해 들려주었다.
 그는 우리의 죄과가 너무나 깊어서 우리는 가혹한 형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형벌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이 형벌을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아가기란 견딜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들이여, 우리는 지금 어던 생활을,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자신에게 눈길을 돌려 한 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자비로우신 그리스도를 노엽게 하며, 인간이 얼마나 그에게 고통을 주는가, 곧 깨닫게 될 겁니다. 우리는 그 형벌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용서받기 힘듭니다. 구원이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절망 속에 떨어질 운명입니다. 깊은 절망이, 고통스러운 영혼이 인간을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그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이 떨면서 말했다. "어떻게 해야 인간이 구원받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이 두려운 재앙을 피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무서운 불길은 이미 우리의 집 주위를 둘러쌌습니다.모면할 길은 없습니다."

 그는 설교를 그쳤다. 정말로 그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벌써  팔 년째 설교 중 무척 마음에 드는 이 대목에 접어들 때마다 그는 언제고 목구멍이 뜨거워지면서 코가 막히고 눈물이 나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기의 이 눈물로 해서 그는 더욱 감동했다. 방 안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흐느낌 소리가 들렷다. 모자이크 테이블 앞에 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짚고 있던 카테리나 이바노브나 백작 부인의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마부는 사람들이 마차에 치이게 돼도 비켜주지 않을 때 짓는 겁먹은 표정으로 이 독일인 설교자를 쳐다보고 잇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카테리나 이바노브나 백작 부인과 같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아버지를 닮은 볼리프의 딸은 요즈음 유행하는 옷을 입은 채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얼굴에 갖다 대고 있었다.

 설교자는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배우가 환희의 기쁨을 나타낼 때처럼 실감 나게 미소 지으면서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우리에게 구원은 있습니다. 아주 쉽게 구원받을 수 있습니다. 그 구원은 하느님의 유일한 아드님이 우리의 벌을 자신의 고통으로 대신하여 흘리신 피입니다. 그 분의 고통, 그 분의 피가 우리를 구원해 주는 겁니다. 오오, 형제 자매들이여." 다시 그는 목메인 소리로 말했다. "우리 인간들을 위해 아드님을 희생하신  하느님께 속죄로 감사해야겠습니다. 그 성스러운 피야말로 우리의..."

 네흘류도프는 더 이상 설교자의 말을 들을 수 없어 눈썹을 찌푸리면서 부끄러움을 억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홀 밖으로 걸어나와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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