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생활 102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서문 - 비틀기와 뒤집기

안목의 타성에 가려져 있던 사물의 일면을 갑작스레 드러내 보이면 우리의 감수성은 그 새로움에 긴장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소설로 세상의 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지는 이미 오래 되어서 지금껏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않았던 그런 새로운 진실은 흔치 않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성서의 단언은 우리 사람에 관한 이야기인 소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런데도 우리가 늘상 새로움을 대하듯 긴장한 감수성으로 소설을 읽는 까닭은 무엇일까. 어째서 이제는 알 만큼 안 사람의 이야기에 아직까지도 흥미와 호기심을 느끼고 다가드는 것일까. 또 작가들은 무슨 뻔뻔스러움으로 자신이 인물을 '창조'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일까. 모르기는 하되 까닭은 아마도 그들의 이야기 방식과 그 효과에 있을 것이다. 사물의 어떤 일면을 과..

여가생활/책 2012.03.19

부활

승강장에는 훌륭한 마차들이 멈춰섰다. 훌륭하게 장식된 홀에는 비단과 비로드, 레이스 등으로 단장을 하고 가발을 쓰고 허리를 코르셋으로 꽉 졸라맨 부인들이 앉아 있었다. 그녀들 사이에 군인과 문관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들 사이에 군인과 문관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평민들도 다섯 명 섞여 있었는데 그들은 저택의 두 문지기와 장사치, 하인, 그리고 마부였다. 거구의 키제베테르는 영어로 설교했다. 그 옆에는 코안경을 낀 젊은 처녀가 이를 유창하게 통역해 들려주었다. 그는 우리의 죄과가 너무나 깊어서 우리는 가혹한 형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형벌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이 형벌을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아가기란 견딜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들이여, 우리는 지금 어던 생활을, ..

여가생활/책 2012.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