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의 타성에 가려져 있던 사물의 일면을 갑작스레 드러내 보이면 우리의 감수성은 그 새로움에 긴장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소설로 세상의 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지는 이미 오래 되어서 지금껏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않았던 그런 새로운 진실은 흔치 않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성서의 단언은 우리 사람에 관한 이야기인 소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런데도 우리가 늘상 새로움을 대하듯 긴장한 감수성으로 소설을 읽는 까닭은 무엇일까. 어째서 이제는 알 만큼 안 사람의 이야기에 아직까지도 흥미와 호기심을 느끼고 다가드는 것일까. 또 작가들은 무슨 뻔뻔스러움으로 자신이 인물을 '창조'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일까. 모르기는 하되 까닭은 아마도 그들의 이야기 방식과 그 효과에 있을 것이다. 사물의 어떤 일면을 과..